엔젠바이오 “국내 최초 NGS 고형암 진단제품 품목허가받을 것”

입력 2022-03-24 10:57   수정 2022-03-29 07:02



“엔젠바이오는 올해 국내 최초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고형암 정밀진단 제품의 품목허가를 받아, 정밀진단 분야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겠습니다. 또 연내 혈액암 예후진단 패널(시약)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엔젠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최대출 대표는 “올해 국내와 해외에서 정밀진단 제품이 더욱 성장하고, 동반진단과 예후진단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엔젠바이오는 NGS 기술을 기반으로, 암 및 희귀질환 관련 개인별 유전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밀진단 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NGS는 대용량의 유전체를 수많은 조각으로 만든 후, 각 조각의 염기서열을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한 사람의 유전체는 100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NGS는 이를 300~500MB(메가바이트) 크기의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 결과를 해석해 수백 개의 돌연변이를 찾아낸다.

최 대표는 “암이나 희귀질환 진단은 여러 돌연변이 유전자를 한 번에 확인하고 복합적으로 진단해야 해, 유전체 정보의 정밀진단을 위해서는 NGS 기술이 필수“라고 말했다.

엔젠바이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NGS 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정밀진단 제품을 선보였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받은 ‘브라카아큐테스트’다. 이 제품은 NGS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가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했는지를 확인한다.

회사는 같은 해에 브라카아큐테스트에 대해 유럽 체외진단 의료기기 인증(CE-IVD)도 받았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NGS 기반 유방암 검사제품이 유럽 인증을 받은 것은 아시아 최초란 설명이다.

후속 제품인 ‘힘아큐테스트’ ‘솔리드아큐테스트’는 각각 혈액암과 고형암을 진단하고 환자에 맞는 치료방법을 알려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회사는 지난해 ‘에이치엘에이아큐테스트’에 대해서도 제조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골수이식을 할 때 공여자와 수여자의 조직 적합성을 검사하는데 사용되는 정밀진단 제품이다.
“고형암 정밀진단 제품 국내 허가 신청…판매 확대 기대”
올해는 국내 최초로 NGS 진단제품에 대한 정식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NGS 기반 대용량 고형암 정밀진단 제품인 ‘온코아큐패널’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심사에는 80일이 소요된다. 회사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는 대용량 종양 NGS 패널에 대해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다.

NGS는 국내에서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등록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제조허가를 받은 제품들도 NGS 임상검사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식 품목허가를 받으면 NGS 임상검사실 검증 등 등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는 설명이다.

온코아큐패널은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 35개의 암종과 관련된 300여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한 번에 검사하고, 최적의 표적항암치료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동반진단으로 허가받은 13개 유전자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도 검출하고, 유전적 돌연변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분자지문(molecular fingerprints)’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실시한 허가용 임상적 성능평가에서 대조 의료기기와 99% 이상의 진단 일치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면역항암치료 바이오마커인 ‘TMB’와 ‘MSI’도 분석이 가능하다. 치료 효과를 사전 예측하고 면역항암제에 적합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현재 국내외 시장에 공급 중인 고형암 패널들은 빅데이터 분석부터 최종 검사 리포트까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분석 기능이 부족한 상태”라며 “온코아큐패널은 전용 소프트웨어 ‘엔젠어날리시스’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코아큐패널은 현재 서울아산병원 등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국내 6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온코아큐패널이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으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NGS 검사 건수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 증가도 예상했다. 엔젠바이오의 지난해 정밀진단 매출은 28억4000만원으로, 2020년 18억9000만원보다 50.3% 늘었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국내 임상 현장에서 1만명 이상의 암 환자 검체 분석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며 “높은 정확도의 고형암 정밀진단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품목허가 이후에 국내 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허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공급도 늘려갈 계획이다. 엔젠바이오는 내달 온코아큐패널의 유럽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 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을 통해 미국에도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해외 대리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년 22개에서 작년에는 29개로 늘었다. 올해는 30개 이상의 대리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FLT3’ 유전자 변이 검출 패널 개발…혈액암 예후진단 활용
엔젠바이오는 올해 액체생검을 활용한 예후진단 제품도 선보인다. 극소량으로 혈액에 떠다니는 종양 유래 DNA 조각(ctDNA)을 검출해, 암 환자의 재발 가능성을 확인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치료 후에 환자의 혈액에 남아있는 ‘미세잔존질환(MRD)’을 검출한다. MRD가 몸 안에 남아 있으면, 암의 재발을 일으킬 수 있다. 최 대표는 “이에 따라 최근 혈액암 치료제 개발에서는 치료 후 MRD 검사를 통해 남아있는 잔존 암 세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엔젠바이오는 ‘FLT3’ 유전자의 ‘ITD’ ‘TKD’ 변이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RD는 주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과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에서 확인되는데, AML 환자의 30%가 ITD 변이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이에 MRD를 확인하는 바이오마커로 FLT3-IT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FLT3 표적항암제를 처방할 때 일부는 약물에 내성을 가지는 TKD 돌연변이가 발생해, TKD 변이 관찰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MRD 관찰을 위해서는 최소 0.01%로 존재하는 변이를 검출해야 하는데, 민감도가 3%인 기존 검사법으로는 불가능해 NGS만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며 “현재 FLT3 유전자의 ITD TKD 변이를 동시에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회사의 기존 정밀진단 패널에 추가해 올해 임상 검증을 마치고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련해 국내 기업들과 동반진단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FLT3 표적항암제인 노바티스의 ‘라이뎁트’와 아스텔라스의 ‘조스파타’가 인비보스크라이브의 FLT3-ITD 진단시약과 동반진단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며 “엔젠바이오는 AML에 대해 FLT3 저해제를 개발 중인 파로스아이바이오와 동반진단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결핵약제 내성균을 검출하는 진단법에 대해서도 개발을 마치고, 인허가를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가천길병원과의 전립선암 NGS 패널 연구 과제도 연내 마무리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진행하고 있는 치매 조기진단 패널 연구를 동반진단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대표는 “엔젠바이오의 정밀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동반진단 액체생검 등으로 기술을 심화하고, 이를 별도 제품이나 기존 패널에 추가해 상용화하겠다”며 “규모가 큰 고형암 혈액암 시장에서뿐 아니라, 관련 제품이 없어 독점이 될 수 있는 암종에서 NGS 기반 진단 패널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부에 이어서)

김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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